2009년 9월 9일 수요일

뜸 : 간접구(격물구, 隔物灸)와 직접구(초작구, 焦灼灸)의 차이

 

환자를 치료하다보면,

 

'이 환자는 딱! 초작구로 치료를 해야하는 환자인데 .... '

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초작구치료를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결국, 격물구로 치료를 하게 된다.

 

물론, 격물구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초작구의 효능에 못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Luke 자신이 겪는 일을 예를 들어보겠다.

지난 2월에 사천성 성도행 비행기를 타기위해 공항에 갔는데, 발권시 짐을 붙이는데, 중량오버라고 무게를 줄이던가 아님, 오버차지를 내라고 해서 중량을 줄였다.

이 말은 결국, 기내 반입을 했다는 얘기다.

대략 27Kg에 육박하는 군용배낭을 기내 선반에 올렸는데, 중심을 잃고 기우뚱해져서 떨어지려는 배낭을 붙잡느라 왼쪽 어깨에 심하게 무게감이 실렸다.

 

이 과정에서 Luke가 왼쪽 어깨의 수양명대경장상의 견우(肩髃)와 거골(巨骨)부위의 근육과 인대부위에 손상을 입었다.

통증도 통증이었지만, 왼팔이 너무 불편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술을 못마시는 Luke가 기내식이 나올때, 음료로 맥주를 달라고해서 마셨다. 그리곤 한숨 푸욱 ~ 자버렸다.

 

성도 공항에서 내려 집으로 가선 제일 먼저 한 것이 뜸을 뜬 일이었다.

초작구를 사용할 일이 있을까시퍼 전혀 준비를 해두질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격물구로 뜸을 떴다.

물론, 효과는 좋았다.

움직이기조차 어려웠던 왼팔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손상된 인대의 회복은 그다지 쉽지 않았다.

여름이 되었고, 습한 장마가 시작되자 어깨는 사용할만은 했지만, 늘 묵직하고 가끔씩 통증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머리 속을 뱅뱅 도는 것은 ~    초작구를 떠야한다는 것, 그래야만 이 증세를 완전히 치료하고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근데, 초작구용 쑥(애융, 艾絨)이 없었기에.

 

이번 귀국 길에 초작구용 애융을 좀 사왔다.

 

그리곤, 다친 지 몇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견우(肩髃)와 거골(巨骨)부위에 초작구를 뜰 수 있었다.

효과는 대번에 나타났다.

 

이틀 연속 손상부위를 세밀히 찾아내서 초작구로 한장씩 떠주었더니,

마치, 뜸뜨기전에 팔뼈가 빠져서 제자리에 있지 않았던냥, 뜸뜬 후에, 어깨를 좀 돌렸더니, 우드득 ~ 우드득 ~ 소리를 내며 팔뼈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리곤 바로 팔의 움직임이 편안해졌다.

 

 

이것이, 격물구와 초작구의 차이다.

격물구가 나쁘다거나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격물구가 초작구의 효능을 못따라간다는 것 뿐이다.

 

그러나, 초작구가 뜨겁다, 혹은 너무 뜨겁다는 이유로 그리고, 피부에 뜸뜬 흔적(구흔, 灸痕)을 남긴다는 이유로 쉽게 외면 당하는 것이 많이 아쉽다.

 

 

 

손주 봐주다가 어깨를 다친 할머니들이 많으신데, 이런 분들, 격물구로 완전하게 회복되기 어렵다.

초작구라면 얘기가 다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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